[창업을 고민하는 당신에게 ①] 창업은 쇼핑이 아니다
‘무작정 시작하지 마라, 창업은 쇼핑이 아니다.’ 커피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카페 사장님을 꿈꾼다. 휴일날 분위기 좋은 음악에 달콤한 커피 한 잔과 함께 생각을 정리하는 카페. 그런 분위기도 즐기면서 돈까지 벌 수 있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다. 일반인들은 막연한 기대감으로 창업에 나서지만, 안타깝게도 창업 성공률은 낮다. 분명 같은 시기-같은 규모로 열어도, 누군가는 성공하고 누군가는 실패한다. 성공한 창업자와 실패한 창업자는 무엇이 다를까. 이유가 궁금했다. 이에 대한 해답을 찾아보려 한다. 오늘은 먼저 '창업을 할까 말까' 망설이는 자신에게 질문해볼만한 두 가지 이야기로 시작해보려고 한다. 이 물음에 대답할 수 없다면 잠시 창업을 늦춰도 되지 않을까? (글 작성에 도움을 주신 이존서 로이스디자인연구소 대표께 감사드립니다.)
① "당신만의 특별함이 있는가?"
‘왜 디저트 카페를 차리고 싶으세요?’ ‘아.. 저는 10년 전부터 에그타르트를 집에서 만드는게 취미에요, 저만의 에그타르트를 맛있게 만들어, 사람들에게 대접하는 순간이 가장 큰 기쁨인걸요’ ‘제가 다른 가게가 아닌, 당신의 에그타르트에 돈을 지불해야 할 이유가 있나요? ‘..............’ ‘당신의 가게에서 에그타르트를 사야하는 이유가, 당신이 좋아하는 이유, 맛있는 이유가 전부라면, 전 기부하는 꼴 밖에 나지 않는걸요. 소비자들 입장에선, 기분이 나쁠 수도 있겠네요. 당신의 에그타르트를 먹어야 할 이유가, 단지 당신의 행복 때문이라면.’ ‘................’ ‘굳이 창업할 필요가 있나요? 지금처럼 집에서 사람들을 초대해서 에그타르트를 대접하고, 즐겁게 살면 될텐데. 왜 창업을 하려는건가요?’ ‘................’
약간 과장된 부분이 있지만, 카페창업을 꿈꾸는 사람들 중 대부분은 이런 생각을 갖는다. 이존서 로이스디자인연구소 대표도 그 동안 수많은 창업자들을 만나왔지만, 자신이 창업을 왜 시작하려고 하는지 목표가 분명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고 답했다. 즉 자신만의 무기가 없다는 말이다. 자신만의 스토리텔링이 없다는 건, 이미 첫 발자국부터 창업 실패자의 대기선에 들어서는것과 마찬가지다. 서양에선 창업자금을 위한 대출을 받으려면, 은행 직원 앞에서 프레젠테이션을 해야한다. 영화 속 장면에서도 나오지 않는가, 큰 가방을 매고 그 안에서 무엇인가 주섬주섬 꺼내며 떨리는 목소리로 자신의 아이템을 설명하는 주인공의 모습을. 상품적 가치가 높은 사람의 미래를 보고 대출을 해준다는 것. 수익구조가 탄탄하게 예상되는 아이템을 담보로 은행이 돈을 빌려주는 것, 어찌 보면 당연한 얘기다. 그런데 우리는 어떤가?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은 그럴만한 아이템이 준비가 되어 있는가? 혹시, 어느 정도 조건에 맞는 공간을 임대해 예쁘게 간판을 걸고 바리스타 공부를 열심히 한 뒤, 커피만 팔면 된다는 착각을 하고 있진 않은지. 단순히 회사에 대한 ‘불만’으로 섣불리 창업에 대한 ‘로망’을 키워나가는건 아닌지. 다른사람은 몰라도 난 잘될거라는 막연한 자신감은 아닌지? 스스로 왜 창업을 해야하는지, 스스로부터 납득시킬 수 있어야 한다. 그대여. 그대의 브랜드를 위해 치열하게 고민하라.
② 바리스타가 되면, 성공한 카페 점주가 될 수 있을까?
"잘 만드는 것과 잘 파는 것을 명확히 구분하라. 창업자는 잘 팔지 못하면 망한다"
최신 머신과 고성능 그라인더를 가지고 있다면, 창업의 성공률이 높아질까? 바리스타적인 테크닉과 맛에 집중한다면 카페 창업에 성공할 수 있을까? 아쉽게도 바리스타적인 테크닉을 높이는건 창업 성공과 직결되진 않는다. 커피실력을 업그레이드 한다고 해서, 경영적인 테크닉도 저절로 올라가는건 아니다. 그대가 익히 알고 있는 애플도 그렇지 않은가. 스티븐 잡스라는 개발자가 따로 있고 회사를 운영하는 경영자는 따로 있다. 외국의 레스토랑들도 경영자와 쉐프는 다른 사람이다.
창업을 준비하는 그대가 이미 커피업계 유명인이라면 괜찮다. 그것 또한 하나의 브랜드니까. 하지만 필자를 포함한 대부분은 유명인이 아니다, 전지현이 들고 있는 커피잔과 필자가 들고 있는 커피잔이 주는 파급효과는 분명 다르지 않겠는가. 카페창업을 시작하기 전, '커피가 맛있으면 언젠간 고객이 꼭 찾아올꺼야!' 라는 막연한 기대감 으로 시작하면 안된다. 커피를 잘 만드는것과 잘 파는 것을 명확하게 구분해야 한다.
창업자와 소비자의 차이를 명확하게 인지하고 시작했으면 좋겠다. 분명 창업자로써 준비해야 할 것과, 소비자로써 준비해야할 것은 다르다. 아쉽게도 창업을 꿈꾸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창업을 마음먹은 후 이미 창업자라고 착각을 하는 경우가 많다.
준비 단계에서부터 바로 장비를 알아보고, 메뉴 교육을 받고, 바리스타 자격증 교육을 받기 시작한다. 물론 그런 과정 자체가 나쁘다는 건 아니다. 정말 중요한 과정이다. 다만 창업을 하겠다고 결심을 했다면, 첫 번째로 스스로가 소비자의 옷을 벗고 창업자의 개념이 확실히 정립되어야 한다.
창업자와 소비자의 차이는 무엇일까? 소비자는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돈을 쓴다. 즉, 자신을 위한 소비를 한다. 반면 창업자는 소비자를 위해 비용을 투자해야 한다. 장비를 구매할때도 내가 소비자의 입장이었다면 ‘가격’을 첫 번째 요소로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내가 지금 보는 그라인더는 지불하기가 망설여진다. 이게 바로 소비자의 마인드이다. 하지만 그대가 소비자의 옷을 벗었다면, 이제 창업자라면. 장차 내 카페에서 커피를 마실 소비자는 어떤 취향, 어떤 커피를 좋아할까? 를 생각하고 결정해야 한다. 그들의 입맛은 나보다 훨씬 더 고급이다. 그렇다면 내 선택은 비싼걸 사야한다. 창업자는 무조건 소비자가 먹여살린다. 그럼, 창업자는 소비자가 소비자들이 소비를 많이 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러므로, 소비자 마인드를 버려야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카페’를 창업하고 싶은 이유”
'카페는 ‘시간을 함께 쓴다는 의미’가 가장 크다. 일반 음식점과 비교했을 때, 카페는 공간이 주는 매력이 더 크게 다가온다. 카페는 시간을 함께 사용할 수 있다. 떡볶이집에서는 시간을 사용하기보단 떡볶이를 먹으러 가고, 치킨, 추어탕, 국밥 집 등은 먹고 나면 목적이 없어져버린다. 떡볶이를 다 먹고, 콜라나 물을 마셔가면서 그 자리에서 이야기를 계속 진행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그에 비해, 카페는 시간을 함께 공유한다는 매력이 크다. 커피 마시는 동안에도 커피를 마시는 난 다음에도 혼자든 여러명이든 세 시간이든 네 시간이든 보낼 수 있는 곳이 바로 카페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카페라는 공간을 사랑하고, 시간을 보내고, 힐링한다.
글- 한영선기자(sun@coffeetv.org)
이존서 로이스디자인 연구소 대표 서울예술대학교 실내디자인과와 서울문화예술대학교 친환경건축학과를 졸업하고 홍익대학교 건축대학원에서 학업을 이어가고 있는 이존서 대표는 2009년 로스팅&브루잉 전문점인 ‘로이스커피(Lois Coffee)’를 오픈하여 식음료시장에 첫 발을 들여놓았고, 이후 창업과 브랜드를 전문적으로 디자인하고 만드는 브랜딩&디렉팅 회사인 ‘로이스디자인연구소(LoisDesignLab)’를 설립해 100여개의 매장과 식음료 브랜드를 오픈시켰다. 저서로는 <그 카페는 어떻게 3개월 만에 단골 1000명을 만들었을까?>가 있으며, 디렉팅한 브랜드로는 , <나의제주, 보물섬>, <서쪽하늘에 빛나는 별다빈>, , <은유다방>, , <살팥난집>, <동굴삼겹살>, <우도래요^^>, <카페꽁빠니>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