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티커피 제3의 물결 이대로 멈추나?
지난 7월과 10월, 미국 샌프란시스코 기반의 피츠 커피(Peet’s Coffee)는 스페셜티 커피 업계의 리더 격인 인텔리젠시아와 스텀타운 커피 로스터스를 전격 인수했다. 이 소식은 스페셜티 커피 업계에 큰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 현재 가장 가파른 그래프를 그리며 성장 중인 두 회사가 커피 제2의 물결에 가까운 피츠커피에 나란히 인수 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문제는 모두가 예상하는 실적하락으로 인한 인수합병의 개념은 아니다.
[지난기사 보기 : 피츠커피의 인텔리전시아 커피 인수]
최근 들어 이런 커피회사들의 M&A가 빈번하게 이루어지고 있는데, 이런 M&A의 끝에는 대부분 대기업들이 자리하고 있다. 커피뿐만 아니라, 패션브랜드를 소유하고 있는 곳도 많아 결국 커피 산업의 지배구조 역시 대기업에 의해 좌지우지할 날이 멀지 않았다는 불안한 예감을 들게한다. 그러나 다행인 점은 아직 브랜드 정체성은 유지하려는 노력은 기울이고 있기 때문에, 섣불리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기에는 이르다.
[지난기사 보기 : 전세계 커피기업의 지배구조 현황]
피츠커피는 어디인가
한국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피츠 커피는 미국에서 과거 고무 같은 맛을 내던 카페들의 커피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린 브랜드로 추앙 받는다. 회사의 창업자는 ‘알프레도 피트’라는 인물로 하워드 슐츠의 스타벅스 창업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고 한다. 피트가 만든 카페 브랜드는 제2의 물결을 이끌어 내면서, 지금의 커피 메뉴를 확립했으며, 사람들이 카페에서 돈을 쓰도록 만든 다양한 것들을 고안해 냈다.
미국 스페셜티 커피 관련 도서인 ‘서부 해안가의 로스터리들’이라는 책을 쓴 뉴스완더에 따르면 알프레도 피트는 ‘굉장히 품질에 집착하는 사람으로 그가 커피 맛을 볼 때 는 모두 입을 다물고 있어야 할 정도로 예민한 사람’이라고 한다. 이런 그의 성격은 스페셜티 커피를 다루는 사람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이런 정신 덕분에 인텔리젠시아의 CEO인 ‘더그 젤’은 피츠 커피의 인수 건에 대해서 한층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었다. 오히려 그는 자신의 회사를 피츠에서 인수한 것에 대해 자신이 지금까지 해온 것 중에 “가장 완벽한 순간”이라고 말할 정도였다. 더그 젤은 “직원들과 모여 누구와 함께 일을 하면 좋은가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눌 때는 항상 피츠 커피의 이름이 먼저 등장했다”라고 밝혔다. 피츠커피는 오랫동안 이 업계에 있었고, 그들이 가진 가치는 인텔리젠시아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평가는 스텀프타운의 부사장 '맷 라운스버리'의 말에서도 읽어낼 수 있다. 그는 “내가 처음 포틀랜드를 방문했을 때는 피츠커피의 인기가 대단했다. 스텀프타운에서 근무하는 직원의 대부분이 피츠커피에서 일한 경험이 있을 정도였다. 스텀프타운에서 실시하는 다양한 이벤트들은 피츠커피에서 전해져 온 것이 많다” 라고 이야기 했다.
제3의 물결 그 다음을 위한 선택
이제 제3의 물결을 이끌었던 카페들 중 외부 투자 없이 운영되는 곳은 '카운터 컬처 커피'만 남게 되었다. 인텔리젠시아와 스텀프타운은 자신들이 합병된 이유는 더욱 확실한 성장을 위해서라고 선을 그었다. 그들은 이미 스스로 감당하기 힘들만큼의 성장세에 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외부의 힘을 빌렸다고 한다. 덕분에 그들은 자본은 아끼되 더 좋은 품질의 커피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되었다. “합병 이후 우리는 더 많은 고객에게 우리의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게 되었다. 생두 구입, 로스팅, 바리스타 교육, 품질 유지 같은 전 부분에서 말이다”라고 '더그 젤'은 말했다.
하지만 불안요소는 여전히 남아있다. 지금까지 함께 했던 '커피 생산자들과의 관계'다. 이 관계는 피츠커피라는 가림막이 가져다 줄 다른 형태의 이익을 제외하고 다른 민감한 요소들이 산재해있다. 이에 대해서는 인텔리젠시아와 스텀타운 모두“아직은 생각해보지 않았다”라는 답을 내놨다. 단지 지금까지 해오던 실험과 도전을 계속 하고 싶다는 입장이었다. 왜냐하면 그들은 이제 생산자들에게 더 많은 가격을 지불할 수 있고, 아직도 세계 어딘가에는 맛있는 커피가 숨어있을지 모른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이런 현상을 두고 SCAA의 '릭 라인하트(Ric Rhinehart)'회장은 이번 인수를 양날의 검에 빗대었다. 그는 만약 피츠나 인텔리젠시아, 스텀프타운 어디든, 자신들이 구매를 원하는 농장의 주인에게 금전적 보상은 물론 그들의 리스크 관리까지 제공할 수 있다. 이는 자본의 힘이 클수록 더욱 효과적이지만 한편으로는 농장주의 지나친 의존을 낳기도 한다. 해당 농장주는 커피를 더 많이 판매할 기회를 얻지만, 반대로 1명의 고객에게만 판매량이 집중되는 높은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이번 인수를 거치면서 두 회사에 기대되는 점은 여러 가지를 꼽을 수 있다. 우선 생두구매, 운송, 시장 점유율, 같은 부분이다. 피츠의 인프라를 활용한다면 현재 시스템보다 훨신 더 많은 사람들에게 그들의 커피를 전할 수 있게 된다. 특히 피츠커피의 ‘피츠 유통 모델’은 매우 우수하게 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다. 피츠는 13,000개의 소매 업장에서 커피를 주문 받는데, 대부분은 주문 당일 커피를 발송한다. 그리고 배송담당자는 중개업자를 거치지 않고, 커피를 직접 배달하고 나서 매장의 커피 퀄리티를 확인한 뒤 마트에 커피를 진열한다. 이는 본격적인 소매시장에 진출한 인텔리전시아와 스텀프타운두 회사에 필요한 시스템일뿐더러 품질 유지도 담보하는 이상적인 모델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일부 소규모 로스터리나 카페들은 그들의 노력에 부정적인 물음표를 달기도 한다. 피츠커피의 대표 '데이브 브루윅'은 “그런 의견은 이미 소셜 미디어를 통해서 확인하고 있어요, 사람들은 이미 인텔리젠시아가 하향평준화 될 거라고 생각하죠. 근데 그건 사실이 아니에요. 어쩌면 바보 같을 수 있지만, 우리가 하려는 건 단지 그들에게 좀 더 큰 물에서 놀 기회를 주고 싶은 것입니다. 라며 '피츠커피는 단지 인텔리젠시아가 고객에게 다가갈 수 있는 징검다리의 역할만 맡는다'고 밝혔다. 더그 젤 역시 “이번 인수는 더 큰 시장을 만들기 위한 우리 노력의 일환이다. 우리의 커피를 조만간 우리의 카페뿐만 아니라, 대형마트에서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라고 이야기 했다.
SCAA의 릭 라인하트는 이 기회를 통해서 다른 소규모 로스터들도 더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스페셜티 커피에 관한 관심이 늘어나고, 두 브랜드 이외에도 다른 지역의 로스터리에도 관심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한국에서도 안재혁 바리스타와 롯데마트가 콜라보레이션한 원두 상품이 출시되었단 소식이 전해졌다. 맛있는 커피를 원하는 수요는 분명 증가하고 있다. 이는 서울카페쇼와 같은 세계적인 커피행사에 일반인들이 몰리는 것과 동떨어진 현상이 아니다. 이런 니즈를 적절히 파악해 고객에게 쉽게 다가가는 스페셜티 커피를 판매한다면 더욱 시장의 확대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 Source : EATER